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2024년 9월 1일자로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로 부임한 민경선입니다. 훌륭하신 전북대학교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하고 지역의 인재인 전북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어 부임한 이후 매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를 주셔서 큰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Q1. 교수님께서 전북대학교 행정학과에 부임하시게 된 배경과 부임 전 경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2000년에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재산범죄를 담당하는 조사주임, 지구대 순찰팀장, 수사과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수사팀장 등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또한,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수요원으로 경범죄처벌 및 풍속사범 단속 등을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신임관리자과정 자치회장을 역임한 후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반부패업무를 총괄하는 부패방지국과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학업으로는 2012년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3년에 장기국외훈련과정에 선발되어 미국 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 Truman School of Pulbic Affairs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통일부 감사담당관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2020년 초 경찰대학 행정학과 조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제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낸 전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교수님들과 학제간 연구가 가능하며, 연구와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북대학교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Q2. 전북대에 부임되고 느끼신 학교, 학생들에 대한 기대, 소감이 있으신가요?

저는 전주에서 초등학교(제가 다닐 당시에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와서 전북대가 나름 친숙합니다. 다만, 제 기억 속의 전북대학교보다 지금의 전북대학교가 외형적으로 훨씬 아름답고, 세련되고, 웅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교수와 학생을 위한 연구 및 학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앞으로 더 기대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북대학교에서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이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만, 총장님과 본부 보직 교수님들을 환대와 학과 교수님들의 자상하신 배려, 그리고 학생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전북대학교의 구성원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Q3. 교수님께서 추구하시는 교육 철학이나 수업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다른 훌륭한 교수님들 계시는데 제가 교육철학을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질문에 답은 하는 것이 예의니 답해보겠습니다. 저는 대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합니다. 대학은 직업전문학교가 아니며, 취업준비학원도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은, 학부생의 교육에 한정해서 본다면, 지성인을 키우는 곳입니다. 지성인은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며, 그 사고의 결과를 현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The University of Chicago가 현재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인 “Chicago Plan”의 핵심은 고전읽기입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고전 100권을 읽어야 하는 것이죠. 제 수업은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행정학과 사회과학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서적을 읽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지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원 더 높은 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대상이 되는 그 한 권의 책으로는 볼 수 없는 전체적인 그림, 책 이면에 있는 논리와 전제,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여 발견되는 통찰 등을 키우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훈련은 당장 취업과 수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서, 토론, 글쓰기가 지성을 키우는 기본이며, 이러한 기본기가 탄탄할 때 취업과 수험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자신을 돌이켜 보면, 기본기가 있었기에 직장을 다니면서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고, 행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었으며, 박사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클래스 운동선수의 공통점은 체력 훈련과 기본기를 중요시 합니다. 여러분의 지적 능력과 기본기를 탄탄하게 준비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Q4. 연구 혹은 수업하시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행정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경찰대학생일 때 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라캉, 들뢰즈, 데리따, 푸코의 저서들을 접하면서 ‘철학은 천재가 할 학문이지, 내가 갈 길은 아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 여러 책을 접하다가 정정길 전 울산대학교 총장님께서 쓰신 정책학 원론을 읽고 감동을 받아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제간 연구를 시도하는 행정학과 정책학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으며, 이후 중앙부처 관료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행정학이 저의 전공학문이 되었습니다.

저는 경찰행정, 부패방지정책, 인공지능 조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행정과 부패방지정책은 제 공직경력과 관련이 있기에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조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뒤인 2019년에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유수 대학에서 인공지능 대학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보면서, 1990년대 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화 혁명이 생산성의 비약적인 증가를 이끌었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생산성의 지수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공지능을 조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5. 연구 외에 즐기시는 취미나 여가 활동도 있으신가요?

저는 유도를 오래 했습니다. 현재 3단입니다. 미국에서 유도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기초체력관리를 위해 크로스핏을 하고 있습니다. 1년 반 정도 했습니다. 러닝도 가끔합니다. 작년까지는 하프마라톤을 일 년에 2번 정도 나갔습니다만, 요새는 관절 보호차원에서 5킬로에서 10킬로 정도만 가끔 뜁니다.

Q6. 앞으로 전북대에서 추진하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연구에 있어서 인공지능 조직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심도 있게 하고 싶습니다. 공학적인 접근은 인공지능의 성능을 제고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과학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용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한 조직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천착하고자 합니다. 공학과 사회과학 간의 다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교육에 있어서도 “인공지능과 조직혁신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교내연구비를 지원받아서 수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파이썬 기반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학습하고 이를 조직혁신에 접목하는 내용의 수업입니다. 또한, PSAT, LEET, NCS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파악 및 해결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가칭, “행정논리의 이해”라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주 관련 문제를 풀고 해석하며,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본적인 문해력 향상을 위해 사회과학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기구나 공공기관 국제부문에서의 근무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행정학과 관련된 영어 원서를 가지고 배우는 수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짧은 기간이지만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제 앞에서 지나치게 겸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함은 그 자체로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삶은 살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하지만, 탁월하고 싶지만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한다면, 이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분이 행정고시를 도전하고 싶거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싶거나, 외국에 유학을 가고 싶거나, 국제기구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면, 그 꿈을 단지 환경이 어렵다고, 가능성이 낮다고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큰 꿈을 품고 정진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을 향한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게 돕는 것이 저의 전북대학교에서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신입 교수 임철민입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눈 깜박한 사이에 벌써 한 달이나 지났네요. 사실 실감이 난건 지난 달 1박 2일간 진행한 신임 교원 연수에 다녀와서야 드디어 교수가 됐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웃음)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회학과에 새롭게 교수로 부임한 추주희입니다. 저는 2015년도에 전남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탈가정 10대의 주거와 이동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그 후 전북대학교에서 ‘포닥’으로 1년 정도 있었고 6년간 HK 가족 커뮤니티 사업단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현재 전북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전공 주제는 페미니즘 연구, 문화 사회학, 소수자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장애 여성, 성매매 여성, 가출팸 청소년들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그 측면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 Q. 교수님 ‘포닥’이 무엇인가요?

 A. 박사 학위 수여 후 진행하는 국내 연수입니다. 한국 연구 재단에서, 자신의 출신 대학이 아닌 타 대학에서 한 번 더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거에요.

Q1. 교수님께서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사회학자’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나는 왜 사회학을 하고, 사회학자가 되고 싶었을까?’를 항상 고민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하고,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내가 왜 이 연구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서 말한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내가 왜 이런 연구를 하지 않았었지?’라는 반성도 했고요. 이와 연결해서,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를 여쭤보신다면 처음 사회학의 매력에 빠졌던 때로 돌아가 봐야 해요. 한국 사회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 과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사회학이 제 선택이었다기보다 제 성적의 선택이었죠(웃음).

어쨌든 대학에 와 여러가지 불만이 생길 때쯤 마침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이 행운처럼 찾아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페미니즘이나 연극,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해 온 친구들이었는데요. 함께 활동을 하지 않겠냐길래 저도 함께 페미니즘에 관련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스터디라기 보단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을 읽는 모임이었지만, 내가 사회에서 느낀 불만이나 부당함에 대한 언어를 발견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어요. 이 활동들이 깊이 있는 공부로 이어지고, 이 공부는 또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실제 대안 학교 교사로 재직했었어요.

교사로 지내면서, 한국 사회에 있는 자유주의적인 교육이 또 다른 의미에서 굉장히 자본주의적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에 대한 비판을 심화시켜 보고자 석사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교육 계층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컸었는데, 막상 연구 현장에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공부할 수 없는 여성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중장기 쉼터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이었어요.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연구하면서 제 문제로만 끝났었던 페미니즘이, 학문적인 영역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이를 통해서 사회학이라는 게, 내가 사회학을 공부한다는 게, 사회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굴하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강렬한 공부를 하게 됐고 그 공부가 10년 20년이 되다 보니 되게 다양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청소년 단체, 여성 단체, 활동가 등을 만나면서 이 사람들이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게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게 교수라면, 혹은 교수가 아니어도 제가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사회학자가 되고 싶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Q. 스터디에서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소설 <벽>. 남성상을 그린 ‘로빈슨 크루소’라는 작품을 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공부를 했었는데 그게 사실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걸 처음 일깨워줬던 소설이거든요. 여성은 어떻게 독립적 자아가 될까,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해 처음 배웠어요.

Q2. 학과, 전공과 관련해 어떤 관심사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출해서 또래들끼리 집단으로 살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 집단이 사회적으로 이슈였죠. 저는 그들의 수동적, 범죄적인 측면과 소수자인 삶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조건’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에게 갖는 고정관념을 넘어서 새롭게 이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돌봄, 삶의 역동성, 서로의 의존성과 연대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연구하고 싶어요. 이는 가출 청소년, 팸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소수자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단순히 인정 투쟁이나 사회운동의 측면은 넘어선다고 생각해요. 저는 특히 젠더적인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 또한 연구에 담아낼 예정입니다.

또, 지역 연구에도 관심이 있어요. 저는 전남대를 나와서 광주, 전남 지역을 배경으로 오래 연구를 해왔지만, 이것을 지역의 일반론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특이성, 역사성이 분명히 있고 소수자들의 삶에도 공간적인 측면이 중요하게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좁은 지역 연구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주, 익산 등 소도시, 농어촌 경계에 있는 공간적 특이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담고 싶습니다.

저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크고, 그 안에서의 고민이나 한계, 문제를 온몸으로 절절히 체감하면서 공부해왔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들이 저에게는 되게 중요한 세계를 바라보는 토대에요.

Q3. 그렇다면 최근 관심 있는 이슈가 있으신가요? 연구해보고 싶으신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많죠. 정말 우황청심환을 먹으면서 봐야 할 정도예요. 최근 불법 촬영물과 관련된 일들처럼, 우리 일상 속에 여성이 경험하게 될 또 다른 의미의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폭력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들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과거에 연구를 하려다 포기했던 주제가 있는데요, ‘온라인에서의 친밀성’이에요. 가상의 캐릭터들끼리 온라인에서 교류를 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요. 그들이 주고 받는 선물은 그 캐릭터의 주인인 오프라인에서의 사람이잖아요. 이게 과연 온라인에서만 끝나는 것일까, 그 온라인에서의 친밀감은 여태껏 사회에서 친밀감을 쌓는 방법과는 다른 방식이잖아요.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편견이 있고, 이를 연구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자료 조사를 했는데 결국 진행하진 못했습니다. 자료를 모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저는 질적 연구를 하기 때문에 내밀하게 파고드는 것이 되게 중요하죠. 그래서 ‘온라인 참여 관찰’에 대한 방법론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대부분의 연구는 단순히 참여자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의 공간에 들어가서 가출팸이 살았던 집도 방문해 청소년들과 생활하고, 여성 노인의 마을에 방문해 할머니들의 생애사도 연구하고 성매매 여성을 만날 땐 성매매 집결지를 낮, 밤에 걸어보는 등의 작업을 해요.

* (!) 정말 발로 뛰는 연구를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도사님이 제 사주팔자를 보시더니 그러셨어요. 신문사 사회부 기자냐고. 발로 뛰고 글을 쓰는 건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Q4. 기억에 남는 연구참여자가 있나요?

성매매 여성, 청소년, 퀴어... 너무 많은데... 제가 참여자께 질문을 하면 오히려 제게 질문을 역으로 던지세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 왜 이런 연구 하세요.’ 이런 질문들이요. 질문을 했던 한 명 한 명이 모두 기억이 나요.

지금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제가 만삭이었을 때 인터뷰했던 가출 청소년이 ‘선생님, 저 같은 아기가 나오면 어떡할 거예요.’가 기억에 남아요. 이 질문이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는 내내 생각났어요. 제 연구 질문이나 연구 목적에 대한 가치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했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지’하는 고민들이요. 그런데 사회학자는 뭘 해줄 수 있는지, 대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해요. 하지만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길잡이 같은, 등대 역할을 하죠. 이러한 점에서, 가출 청소년의 질문이 저를 향한 개인적인 질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탈가정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 친구는 물건을 훔치고 있는 자신, 집을 나가고, 사회와 어긋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자기 삶을 인터뷰에서 얘기해 주었어요. 이 친구가 남긴 질문이 이론과 관점, 실천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해주었고, 그래서 소중한 연구자였습니다.

Q5.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식상한데...(웃음) 저희 지도교수님이 인상 깊게 봤던 제 레포트가 있다고 하셨어요. 제목이 ‘세상에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인데 제가 학부 때 썼대요. 이 이야기가 제 삶에서 가장 큰 위로가 됐던 말이 아닐까 싶어요. 경험 자체에는 성공과 실패가 없잖아요. 잘해볼 수도 있고 못 해볼 수도 있는 거고, 이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수 있겠지만 이 평가조차 자의적이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가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사회학, 여성학을 ‘경험’해 본 거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 즐거워하고, 누군가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아가고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절대 낭비가 아니고, 내 삶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나 자신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자기 삶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해보시길 바라요. 어디로 이끌지 모르니까요. 응원하고 기대하고 이를 통해 비상하길 바랍니다.